2008/11/0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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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 ![]() 이권우 지음/그린비 |
얼마전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을 읽기 시작했다. 책 내용이나 주제보다도 그저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읽으면서 소설에서도, 그리고 삶에서도, 사상에서도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사는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작자(팬은 안티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를 다시 한 번, 다시 봐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에서 바로 저런 점을 기대했나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같은, 그런 점들을. 그래서 처음을 읽어나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실망했다는 것도 부인은 않겠다. 나는 이 책을,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책읽기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나는 아직 정확히 감을 못 잡고 있다. 이 책은 원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일 텐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내용 치고는 조금 깊이 있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그렇다고 책에 익숙하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기에는 내용이 좀 가볍고 특별할 게 없다. 지금까지 나온 독서법 관련 책에 비하면 오히려 내용이 좀 떨어진다. 이런 내용을 '책읽기의 달인'으로 포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아니 그 전에 도대체 책읽기의 달인이라는 건 어떤 거야?
아, 결국 내 불만은 제목에 있었던 걸까. (시리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건 안다)
이 책은 '독서법'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다! 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니다. (아니 그 전에, 책을 '잘 읽는다'는 건 도대체 뭘까?) 이 책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책이다. 책을 대하는 사람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겁고 입맛 쓴 내용이다. 아픈 곳을 건드려서 좀 껄끄러운 내용이다. 달인을 기대하고 이 책을 산 사람들이 초반의 내용을 확실히 견뎌줄 수 있을까? (그 '달인을 기대하고 이 책을 산 사람들'이야말로 이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책을 많이 읽고 책읽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책읽기의 달인이라는 제목을 읽고 기꺼이 이 책을 집어들 것 같지는 않다. 마치 책읽기마저 공부법, 학습법처럼 1년만에 꼴등에서 1등으로! 하는 길을 안내하는 느낌이 드니까.
그러나 그런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꽤 좋은 내용이다.
'왜 읽어야 하는가' 부분에서는 좀 부족하긴 하지만 책이 지니고 있는 의미, 책이 왜 한 사회의 수준을 말해주는 지표가 되는 물건인지, 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지 등 '입맛 쓴' 부분을 언급해주고 있다. 좀 부족하다고 말한 이유는 - 나 말고도 느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 인문학이나 철학적으로 나가기에는 이 책이 '달인 만들기'를 표방하고 있고, 너무 가볍게 가기에는 책읽기라는 주제가 애초에 '왕도'를 언급할 수 없는 분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자꾸 달인, 왕도, 지름길 이야기를 꺼내는 게 참 거슬렸다, 아니, 안타까웠다.
다만,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부분에서는 그저 좋다고만은 말할 수가 없다. 이 부분의 내용은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뿐만 아니라 '왜 읽어야 하는가'까지 전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뒷부분이 조금 내용이 막연해진 경향이 있다. 다만, 차라리 어떻게 부분을 조금 더 명확히 쓰고 더 하고 싶은 내용을 새로운 한 장(章)으로 정리해서 마무리를 지었다면 훨씬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쓴 리뷰 중에서 다치바나 다카시를 넘어서지 못한 책이라는 표현을 봤는데, 동감이다.
일단 이 책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책읽기에 대한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기획하고 썼다는 점에서 그린비에 박수를!!
책읽기에 대해 사람들이 껄끄러워 하는 부분도 확실히 건드렸다. 그리고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이끄는 조언도 확실히 들어있다. 이 장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길게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리뷰를 쓰신 다른 독자분들도 많이 언급해주셨을 테고.
다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첫 술에 배부른 걸 기대하면 안 되듯이, 이제 막 책읽기에 대해 우리나라 출판계가 발을 내딛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완벽한 책이 나오길 바라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이미 다치바나 다카시와 히라노 게이치로를 겪은 나로서는, 많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별 4개를 줬지만 그건 그린비의 기획에 별 하나를 추가한 거고, 사실 이 책 내용 자체는 별 3개 정도가 솔직한 감상이다.
그저, 막상 정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들었다가 끝까지 읽지도 않고 먼지만 먹게 방치해버리고, 이런 책에 목말라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2%쯤(아니 20%쯤?) 부족한 갈증에 오히려 서운해하는, 그런 결과가 오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